▲ 동성커플인 소성욱 김용민 두 사람이 대법원 판결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 법률닷컴)

동성 커플에게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민법상 인정되지 않는 동성 커플의 법적 권리를 일부나마 인정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조희대, 주심 대법관 김선수) 전원재판부는 18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의 동성 동반자를 국민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등록하였다가 직권으로 취소하고 지역가입자로서 보험료를 부과한 처분에 절차적·실체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에서 피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대법원 2024. 7. 18. 선고 2023두36800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은 사실혼 부부와 달리 동성 커플에게만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본질적으로 같은 집단을 차별하는 행위라고 봤다. 또, 제도의 본질을 고려하면 동성 커플을 사실혼 부부와 다르게 취급할 이유가 없다며,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건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 처분이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이날 판결이 동성혼 자체를 인정한 건 아니다.

대법원은 동성 커플을 사실혼 관계에 준해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문제와 민법이나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확정하는 문제는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동성 커플인 소성욱 씨는 지난 2019년 동성 배우자 김용민 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김 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하지만 건보공단은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처분을 받았다.

이에 대해 소 씨는 실질적 혼인관계인데도 동성이라는 이유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제도 목적에 어긋난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심은 피고는 합리적 이유 없이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사실혼 배우자와 차별하였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는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실체적 하자가 있음 두 사람이 2017년부터 동거하는 등 사실혼 부부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상고심에서의 쟁점은 이 사건 처분에 사전통지절차 등을 거치지 않은 절차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였다. 이와 함께 이 사건 처분에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성 동반자를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여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실체적 하자가 존재하는지 여부였다.

한편 별개의견으로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노태악, 대법관 오석준, 대법관 권영 4인은 이 사건 처분에 절차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하나, 실체적 하자가 있다고 본 부분은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 의의에 대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헌법상 평등원칙 준수의무, 국가 발전수준에 부응하고 사회환경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지속가능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립할 의무, 사회보장제도의 급여 수준과 비용 부담 등에서 형평성을 유지할 의무 등을 확인하고, 이러한 의무를 부담하는 행정청에게 차별처우의 위법성이 보다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기존 법리를 확인하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부양자로 인정될 수 없었던 동성 간 결합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자유, 법 앞에 평등할 권리 등 헌법상 기본권을 보다 충실하게 보장할 수 있게 되었다는 데에 전원합의체 판결의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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