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註] 法은 우리 사회의 질서를 규율합니다. 문제는 法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法에 기대는 몫은 더욱 커집니다. <법률닷컴>이 [쉬운 法 어려운 法] 시리즈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판결 가운데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골라 해설을 곁들여 알리면서 복잡한 法을 쉬운 法으로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펜션 임대차 매물을 찾던중 맘에 쏙드는 물건을 발견한 후 급한 마음에 계약서를 작성하기도 전에 서둘러 계약금을 보냈다. 하지만 그 직후 혈액암 발병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직접 펜션을 운영할 수 없다는걸 깨닫게 된 것. 이 때문에 계약금을 돌려 받고 싶은데 가능할까?
전주지방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정재규)는 “임대차는 불요식의 낙성계약으로 임대차계약서의 작성이 요구되지 않는다면서 계약금을 돌려줄 필요가 없다”면서 계약금 반환을 청구한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전주지방법원 2022나 12063 2024. 1. 11 판결선고)
A씨의 배우자 D씨는 경상도 지역에서 펜션을 임차하여 운영할 목적으로 펜션 임대차 매물을 알아보던 중, 2021. 11. 26.경 공인중개사로부터 경북 영덕군 E에 위치한 K씨가 임대 받아 펜션 사업을 하고 있던 ‘C펜션’을 보증금 1억 5,000만 원, 연 차임 8,000만 원의 임차 조건으로 소개받았다.
D씨는 2021. 12. 3.경 이 C펜션을 방문하여 펜션의 위치, 상태를 확인하였다. A씨는 같은 날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K씨의 계좌번호를 문자메시지로 전달받았다.
A씨는 2021. 12. 4. K씨의 계좌번호로 1,000만 원을 이체하였다. 이때 이체시 출금기록사항에 ‘펜션계약금’으로, 입금기록사항에 ‘A(계약금)’으로 각 표시하였다.
A씨와 K씨는 ‘2021. 12. 7. 화요일 오후 5시, 경북 영덕군 E에 있는 F빨래방’에서 C펜션에 관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하였다.
K씨는 C펜션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A씨에게 펜션을 인도하기 위하여 2021. 12. 6. 소외 G와 사이에 잔금일을 2022. 1. 1.로 정하여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021. 12. 6. G에게 1,000만 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였다.
그런데 A씨는 2021. 12. 5. 혈액암 진단을 받았고, 직접 펜션을 운영할 형편이 안 된다고 생각하여 2021. 12. 6. 공인중개사를 통하여 K씨에게 C펜션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 통보하면서 돈을 돌려달라고 했지만 거부하자 소를 제기했다.
1심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계약서를 작성하기 전이어서 K씨가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취지였다.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1심의 판단에 대해 민법 제618조 불요식의 낙성계약 조문을 들면서 “그 성립에 임대차계약 당사자의 합의 외에 임대차계약서의 작성이 요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임대차계약에 있어 보증금의 지급이 약정되었다 하더라도, 그 약정된 보증금 지급이 완료되어야 임대차계약이 성립하는 것도 아니라 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아직 임대차계약서가 작성되기 이전이라 하더라도, A씨와 K씨 사이에 펜션 임대차계약에 관한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 구체적인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므로, 이 사건 펜션 임대차계약이 성립하였다고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이 같은 상황에서 계약금 반환 의무의 유무와 관련해서는 “민법 제565조에 의하면, 계약 당시 당사자 일방이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 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에서 A씨가 지급한 1,000만 원에 관하여 K씨와 이와 다른 약정을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으므로, 위 1,000만 원은 민법 제565조에 따라 해약금으로 추정된다”면서 이 같이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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