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법안!]'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긴급조치 소송 패소 피해자 민사 재심 특별법 발의

윤재식 기자 | 기사입력 2023/05/08 [12:07]

[어!이 법안!]'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긴급조치 소송 패소 피해자 민사 재심 특별법 발의

윤재식 기자 | 입력 : 2023/05/08 [12:07]

[기자 주] 민주화 이후 첫 국회인 지난 13대 국회에서 570건의 법안이 발의 된 이후 매 국회마다 의원 발의 법안 건수가 급증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총 2만3047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최대 4만 건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게 많은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그중 최종 처리되는 법안은 절반 수준도 안 되는 34.97% (20대 국회 기준)에 그치고 있다. 결국 많은 법안들이 이런 저런 이유로 계류되고 결국 폐기되고 있다는 말이다. 법률닷컴에서는 [어! 이 법안!]을 통해 발의되는 법안 중 우리 정치와 사회를 위해 꼭 처리됐으면 하는 법안들을 자세히 소개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 박정희 정권 시절인 지난 1975년 긴급조치 9호 선포 선전 영상  © KTV 캡쳐

 

지난해 830일 대법원은 박정희 정권 시절인 지난 1975년 공포됐던 대통령 긴급조치 제9호는 위헌 무효임을 명백히 하고 긴급조치 제9호의 적용 집행으로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 대해 국가가 배상책임을 질 수 있도록 하는 전원합의체(선고2018212610)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당시 긴급조치 9호 피해자 71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긴급조치 9호는 국가의 불법행위로 민사적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된다는 취지로 이전 정치적 책임만을 진다는 이전 판례를 뒤집고 법적 책임도 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당 판결은 2000년대 이후 진행됐던 과거사 청산에서 종전의 잘못된 상황을 바꾸는 획기적인 결과로 평가받았지만 해당 판례 변경 이전의 대법원 판결로 구제받지 못한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구제방법이 논의의 필요성도 목소리도 같이 커졌다.

 

판결 이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하 민변)은 이에 대해 사법농단이라는 초유의 부끄러운 일로 같은 상황의 긴급조치 피해자가 구제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들이 구제될 수 있도록 방법에 대해 사회적으로 논의가 시작돼야 함을 말하고자한다면서 국회가 입법으로 구제할 방법을 찾기를 촉구한다고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배상 차별논란을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긴급조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 1972년 개헌된 유신 헌법으로 대통령의 독자적 판단아래 국회 동의 없이 국민의 기본권과 정부 및 법원의 권한을 정지만 바꿀 수 있는 특별조치이다.

 

특히 긴급조치 9호의 경우 박정희 정권을 반대하는 학생 등 세력의 불법집회 시위 및 정치관여 금지를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것으로 유언비어 날조 유포 행위 집회 시위 또는 신문 방송 통신, 문서, 도화, 음반 등으로 정권을 부정 반대 비방하는 행위, 학생의 집회 시위 또는 정치 관여 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 #대법원 #법원 #대법관 #판사     ©이재상 기자

 

 

대법원이 종례 긴급조치는 유신헌법에 근거한 것으로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므로 그 위헌 여부를 다툴 수 없다고 했던 판례를 벗어나 긴급조치를 위헌이라고 규정지은 것은 지난 2010년 전원합의체 판결부터다. 이와 별개로 헌법재판소에서도 2013321일 선고한 선고2010헌바70,132,170 결정에서 긴급조치 제1, 2, 9호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과거 긴급조치에 근거하여 처벌을 받았던 사람은 재심절차에 의해 무죄 선고를 받을 수 있었고 구속되었던 사람들도 형사보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 청구에 대해서는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지난 20141027일 긴급조치 제9호 위반의 유죄판결에 대한 재심절차에서 피고인에게 적용된 형벌에 관한 법령인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 무효라는 이유로 형사소송법 제 325조 전단에 의한 무죄판결이 확정된 경우에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사과정에서 있었던 국가기관의 위법행위로 인하여 재심대상판결에서 유죄가 선고된 경우라고 볼 수 없다며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유죄판결에 의한 복역 등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후에도 대법원은 긴급조치 제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 무효로 선언되었다고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대통령의 긴급조치권 행사는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행위라며 대통령은 해당 조치 행사에 관해 피해자들에게 정치적 책임만 질 뿐 법적 책임에 대한 의무는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전원합의체 판결은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으로 종전의 판례를 뒤집은 것으로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긴급조치 피해자들의 국가배상청구소송의 55건 의 경우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긴급조치 위헌 판결 이후 현재까지 국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 제기 중 86건이 이미 패소 확정판결을 받은 상태이다.

 

패소판결이 확정된 피해자들이 현재 소송 진행 중인 피해자들보다 많다는 것으로 판례 변경 이후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게 된 상황이 된 지금 이미 패소가 확정된 피해자들을 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계와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제기돼왔다.

 

▲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긴급조치 피해자 단체 회원들이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긴급조치 피해자 민사재심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 윤재식 기자

 

이에 입법 기관인 국회에서 이 문제 해결에 대해 나섰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은 지난 3월 긴급조치 피해자 재심특별법 공청회를 개최해 피해자 연대인 긴급조치사람들과 만나서 패소판결이 확정돼 국가배상의 길이 막힌 패소자들의 권리회복과 재심 기회 부여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박 의원은 8일 긴급조치9호 피해자 민사 재심 등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주요내용으로는 대법원 20228월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 국가배상청구소송에서 각하 또는 기각의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긴급조치 피해자와 그 가족이 특별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 긴급조치 피해자 등은 형사소송법에 따른 형사재심절차에서의 무죄판결 또는 검사의 혐의 없음 처분 등과 관계없이 국가배상법에 따른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 해당 국가배상청구는 이법 시행일부터 3년 이내 제기하여야 함 등이다.

 

같은 날 오전 박 의원은 피해자 단체 긴급조치사람들과 국회에서 가진 해당 발의 기자회견에서 위헌적 긴급조치 피해자에 대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이 대법원에서 인정된 만큼, 이제는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피해자들을 구제하기 위한 법, 제도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긴급조치사람들역시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독재권력의 위법행위와 입법부가 잘못한 입법에 대해서 이제라도 국회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하루속히 오늘 발의한 법을 제정해주시기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제정당에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해당 법안은 대표발의자 박주민 의원 외에도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 66명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법률닷컴 윤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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