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法 어려운 法 34] 남편 살인죄에도 집행유예 받은 사연은!

정수동 기자 | 기사입력 2023/04/02 [01:39]

[쉬운 法 어려운 法 34] 남편 살인죄에도 집행유예 받은 사연은!

정수동 기자 | 입력 : 2023/04/02 [01:39]

[기자 註] 法은 우리 사회의 질서를 규율합니다. 문제는 이 法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法에 기대는 몫은 더욱 커집니다. <법률닷컴>이 [쉬운 法 어려운 法] 시리즈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판결 가운데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골라 해설을 곁들여 알리면서 복잡한 法을 쉬운 法으로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살인죄는 단 하나뿐인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것이기에 법에서 엄격하게 처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남편을 목졸라 죽인 여성이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 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떤 사연이기에 집행유예의 형을 선고 받을 수 있었을까요?

 

울산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박현배)는 지난 2월 16일 남편을 살인한 죄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들의 평결 결과를 존중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을 주문 했습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고 어떠한 경우에도 보호하여야 할 절대적인 가치로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다만,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수년간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해왔고, 이 사건 범행 당일에도 새벽부터 몇 시간 동안 폭력적인 행동과 가학적인 성관계 요구가 이어지자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범행 동기에 특히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3명의 자녀를 두고 있는데 장기간 구금될 경우 그 자녀들의 보호 및 양육에 곤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자수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이전에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및 기록에 나타난 형법 제51조 소정의 양형조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배심원의 양형에 관한 의견을 존중한다”면서 이 같이 주문했습니다.

 

A씨는 2004년경 B씨를 만나 1년 가량 연애를 하고 2005년 10월경 혼인을 하였고, 슬하에 아들 2명, 딸 1명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경부터 남편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계속하여 술을 마시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하자 두려움과 불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17년경 남편이 건축 관련 사업을 시작하였다가 사업이 망하게 되자 경제적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게 되어 양산시에 있는 시어머니의 주거지에서 가족들이 함께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A씨의 남편은 별다른 경제활동 없이 계속하여 술을 마시며 강압적 태도와 폭력적 행동을 지속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씨는 효과적인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즉 수면제인 졸피드정을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릴 때 마다 커피나 이온음료 등에 섞어 마시게 하면 잠이 들면서 진정이 되곤 했기 때문 입니다. 

 

이에 그는 남편이 폭력적 성향을 보일 때 사용하기 위하여 졸피드정을 절구로 빻아서 약통에 넣어 작은 방 서랍 제일 윗칸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런데 2022년 7월 21일 새벽부터 술에 취한 남편의 요구에 따라 성관계를 시도하게 되었으나 수차례 발기가 되지 않으면서 급기야 가학적인 성관계를 강요 받았습니다.  

 

A씨는 남편의 강압적이고 폭력적 행동이 지속되자 화장실에 씻으러 간 틈을 이용하여 미리 준비한 작은 방 서랍 제일 윗칸에 있던 졸피드정 14정을 빻아 넣어둔 약통을 꺼내어 남편이 마시고 있던 아이스 아메리카노 잔에 이를 털어 넣었습니다. 

 

남편은 화장실에서 씻은 후 작은 방으로 돌아와 재차 성관계 시도를 반복하고 성관계가 되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소주와 졸피드정을 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게 되었고, 술과 졸피드정의 영향으로 뒤로 누워 욕설을 하고 화를 못 이겨 벽을 치는 행동을 하였습니다. 

 

이에 A씨는 거실로 나가 두 아들의 방으로 가서 밖에 나가 밥을 챙겨먹고 놀다오라고 카드를 챙겨준 후 방으로 돌아가 남편이 술과 졸피드정에 취하여 완전히 잠이 들게 되자 ‘남편이 없으면 모든 사람이 편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에 남편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작은 방 이불 밑에 숨겨두었던 식칼을 손에 쥐고 남편의 왼쪽 손목을 약 4회 그었지만 피만 많이 나오고 코를 계속해서 골면서 자고 있자 ‘남편이 일어나면 내가 죽거나 가족들이 다 죽겠다’라는 생각이 들어 베개로 얼굴 부위를 힘껏 눌러 질식사로 사망하게 하면서 국민참여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배심원들은 평결결과 7명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의견을 밝혔습니다. 그럼에도 배심원단은 7명 만장일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을 의견으로 내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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