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法 어려운 法 29] 아동 성착취물 다운로드 받은 공무원이 무죄?

정수동 기자 | 기사입력 2023/01/31 [00:05]

[쉬운 法 어려운 法 29] 아동 성착취물 다운로드 받은 공무원이 무죄?

정수동 기자 | 입력 : 2023/01/31 [00:05]

[기자 註] 法은 우리 사회의 질서를 규율합니다. 문제는 이 法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法에 기대는 몫은 더욱 커집니다. <법률닷컴>이 [쉬운 法 어려운 法] 시리즈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판결 가운데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골라 해설을 곁들여 알리면서 복잡한 法을 쉬운 法으로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 성폭행 폭행 강간 자료사진  (사진 = 법률닷컴)

 

아동 성착취물과 관련한 범죄는 현행 법 체계에서 매우 엄격하게 규율하고 있습니다. 성적 자기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하는 성착취물은 그 죄질이 매우 안좋고 사회에 끼치는 영향 또한 심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심각한 범죄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이 완전히 다르게 판단하면서 눈길을 끕니다. 

 

인터넷 파일 공유 프로그램인 ‘토렌트(uTorent)’는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검색어와 관련된 토렌트 시드(seed) 파일을 검색하여 주고, 사용자가 그 파일을 선택하면 해당 시드(seed) 파일을 토렌트 프로그램에 연결하여 다운로드하는 방식으로 작동됩니다. 

 

공무원 A씨는 2020년 9월 17일 오전 0시 8분 안동시에 있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토렌트를 이용하여 아동ㆍ청소년의 자위행위가 촬영된 ‘[국]어린자위.mp4’라는 영상물을 자신의 컴퓨터에 다운로드 받았다가 37분만인 0시 45분경 삭제했습니다. 

 

하지만 A씨가 다운로드 받고 삭제하기 까지 37분동안 프로그램이 계속 돌아가면서 자동적으로 배포가 이루어졌습니다. A씨가 배포한 해당 영상물은 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불법촬영물 추적 시스템을 통하여 적발되면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등)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 했습니다. 

 

1심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통하여 정상적인 유통경로로는 취득할 수 없는 불법영상물들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고, 지정된 파일명은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의 검색에 필요한 키워드로서 기능하는 문구로 구성되어 있어 이 사건 프로그램의 사용자들을 해당 파일을 아무런 대가없이 몇 번의 임의어 검색 작업만을 거쳐 손쉽게 취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피고인 또한 이 사건 프로그램을 직접 설치하고, 이를 통하여 이 사건 영상물을 다운로드받은 것이고, 특히 피고인이 다운로드받은 이 사건 영상물에는 아동ㆍ청소년이 직접 등장하며, 파일명은 ‘[국]어린자위.mp4’로서 그 자체로도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임을 유추할 수 있는바, 이와 같은 이 사건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이 사건 프로그램을 직접 설치한 피고인의 컴퓨터 사용 능력 등을 고려해 볼 때, 피고인으로서는 이 사건 영상물을 다운로드받을 당시 이 사건 영상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하고,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더라도 이를 용인할 의사였던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영상물을 ‘어린 신부’, ‘어린 왕자’ 등의 소설이나 영화를 패러디한 영상 정도로 여겼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계속해서 “또한 설령 피고인이 이 사건 영상물을 확인한 후 삭제하였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이 이 사건 영상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일 수도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한 상태에서 이 사건 영상물을 최소 37분가량 소지하고 있었으므로 범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습니다. 

 

1심은 A씨가 성착취물의 배포 범의가 없었다는 주장도 배척했습니다. 

 

즉 “이 사건 프로그램의 실행화면에는 실시간으로 업로드 및 다운로드 속도가 표시되어, 이 사건 프로그램을 통하여 특정 파일을 다운로드받을 경우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도 업로드 또한 동시에 발생함을 알 수 있고, 앞서 본 이 사건 프로그램의 특성, 파일 취득에 소요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피고인이 다운로드받은 파일은 이 사건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다른 이용자의 저장매체에 저장된 파일이 업로드된 것임을 충분히 알 수 있으며, 이로써 그와 동일한 프로세스가 적용됨에 따라 다른 누군가가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하게 되면 소지자인 피고인 자신이 이를 업로드하여 배포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A씨는 ‘토렌트(uTorent)를 사용하여 다른 파일을 검색하다가 야한 삼류 영화 정도로 인식하고 ‘[국]어린자위.mp4’라는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았는데, 그 내용을 확인하고 바로 삭제하였다면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구고등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판사 진성철)는 지난 1월 12일 공무원 A씨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토렌저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해당 검색어와 관련된 토렌트 시드(seed) 파일을 검색하여 주고, 사용자가 그 파일을 선택하면 해당 시드(seed) 파일을 토렌트 프로그램에 연결하여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토렌저 프로그램은 다운로드 받을 파일의 내용을 미리 ‘썸네일(thumbnail)’ 등 이미지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다운로드가 완료된 후 그 파일을 재생하여 육안으로 영상을 확인하기 전에는 그 파일의 내용을 미리 알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토렌저 프로그램 및 토렌트 프로그램은 불법영상물만을 공유할 목적으로만 제작된 프로그램이 아니라 일반적인 파일을 공유하는 기능을 가진 프로그램으로서, 위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영상물 파일을 다운로드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의사가 반드시 불법영상물을 다운로드 받겠다는 것이었다고 추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영상물의 제목인 ‘[국]어린자위’를 통하여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식할 수 있었는지를 본다면서 표준국어대사전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즉 “‘어리다’의 의미는 ㉠ 나이가 적다, 10대 전반을 넘지 않은 나이 ㉡ 나이가 비교 대상보다 적다이다”면서 “따라서 이 사건 영상물의 제목 외에는 이 사건 영상물에 관한 다른 정보를 가지지 못한 피고인으로서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 ‘어린’이라는 제목만으로 이 사건 영상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식하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경찰청에서 운영 중인 불법촬영물 등 추적 시스템을 통하여 적발된 사실을 말하면서 “위 시스템은 불법촬영물 등을 소지․유포하고 있는 시더를 찾아 유포일시, IP, 유포한 양 등을 기록하여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게 된다. 위 시스템에 의하면 피고인이 이 사건 영상물을 100% 다운로드 받은 시간은 2020. 9. 17. 00:08경이고, 최종 유포한 시간은 2020. 9. 17. 00:45경이다. 피고인이 이 사건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거나 유포하는 데 사용한 컴퓨터에 대한 압수․수색 등의 수사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므로, 피고인이 이 사건 영상물을 시청한 시각을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렇다면, 이 사건 영상물이 피고인의 컴퓨터에 다운로드된 후부터 피고인이 이를 삭제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37분이라는 것만 단정할 수 있고, ㉮ 피고인이 이 사건 영상물이 아동․청소년성착취물임을 인식하고 이를 소지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이를 37분간 컴퓨터에 저장하여 소지하였다는 점, ㉯ 피고인이 토렌트 프로그램을 삭제하기 전에 아동ㆍ청소년성착취물을 배포한다는 고의를 가지고 토렌트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이 사건 영상물을 배포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는 어렵다”면서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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