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소유 인정한 땅 정부가 매각’…대법 “반환 의무 없어”

이서현 기자 | 기사입력 2023/01/30 [01:16]

‘일제가 소유 인정한 땅 정부가 매각’…대법 “반환 의무 없어”

이서현 기자 | 입력 : 2023/01/30 [01:16]

▲ 대법원 행정처 자료사진  ( 사진 = 법률닷컴)

 

일제 치하에서 토지 소유권을 인정받은 자의 후손들이 정부가 임의로 땅을 매각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무권리자나 제3자의 부실등기는 무효이므로 그로 인해 원소유자에게 소유권을 상실하는 손해가 없었고, 이후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되어 그로 인해 원소유자가 소유권을 상실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더라도 이는 민법 제245조 제2항(등기부취득시효)의 효과일 뿐이고, 무권리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고 그로부터 매매대금을 수령한 것으로 인해 원소유자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22. 12. 29. 선고 2019다272275 판결)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토지주 A 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을 원고 패소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A 씨는 일제 강점기인 1917년 평택 일대의 토지 소유권을 인정받았다. 이후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토지대장이 사라졌다가 1977년 소유자 기재 없이 토지대장이 복구됐다. 정부는 1986년 토지 소유자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소유권 보존등기를 했고, 1997년 5천499만 원에 이 땅을 팔아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A 씨의 후손들은 2017년 땅을 산 사람을 상대로 이른바 '조상 땅 찾기' 소송을 벌였으나 등기한 지 10년이 지나 등기부 취득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이에 A 씨의 후손들은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또는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2심은 국가가 땅을 팔면서 받은 매매대금은 부당이득이라며 유족에게 총 5천499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상고심에서의 쟁점은 무권리자가 소유자 있는 부동산에 관하여 원인 없이 등기를 마치고 제3자에게 매도하여 등기를 마쳐준 후 제3자의 등기부취득시효가 완성된 경우, 무권리자가 원소유자에 대하여 제3자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에 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쟁점에 대해 "피고(국가)가 받은 매매대금은 이 사건의 토지를 매도한 대가일 뿐, 원고들(후손들) 또는 선대에 토지 소유권 상실이라는 손해를 가하고 법률상 원인 없이 얻은 부당이득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해야 한다'고 정하는데, 국가가 땅을 팔아 얻은 이익이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미에 대해 "권리 없는 사람이 소유자가 있는 부동산에 관해 원인 없이 등기를 마치고 제3자에게 매도해 등기를 마쳐준 뒤 등기부 취득 시효가 완성됐더라도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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