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法 어려운 法 20] 승려도 정당한 노동자 지위를 얻다

정수동 기자 | 기사입력 2022/11/29 [03:03]

[쉬운 法 어려운 法 20] 승려도 정당한 노동자 지위를 얻다

정수동 기자 | 입력 : 2022/11/29 [03:03]

[기자 註] 法은 우리 사회의 질서를 규율하는 장치입니다. 문제는 이 法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복잡할수록 法에 기대는 몫은 더욱 커집니다. <법률닷컴>이 [쉬운 法 어려운 法] 시리즈를 통해 쏟아져 나오는 판결 가운데 우리 생활과 밀접한 사례를 골라 해설을 곁들여 알리면서 복잡한 法을 쉬운 法으로 만들어 보고자 합니다. 

 

 

▲ 사찰 자료사진 (사진=법률닷컴)    

 

스님도 노동자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대법판결 2022두 53686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그동안 각 사찰에서 예불하는 부전(기도)스님들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 근무하고 있는 모든 종사자들(정신적 노동 및 육체적노동 등)은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3호에 의해 근로자로 인정, 종교단체 사용자의 일방적 부당해고는 위법하다는 판결입니다.

 

지난 17일 확정된 이 판결은 피고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소송수행자 채희주가 원고 백병혁(충남 홍성군 광천읍 충서로 335번길 32)이 항소심에서 승소(지난 7월 14일 판결: 대전고법 2021누13146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하자 이에 불복한 중앙노동위는 상고, 대법원 제3부는 대법관 전원일치의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한 사건입니다.

 

대한불교 조계종 제6교구 본사 공주 마곡사 소속 진각 스님은, 2018년 11월 22일부터 마곡사에서 부전(법당에서 예불하는 소임)을 맡아 생활하다가, 2019년 11월 1일과 2일 자신의 소임이 아닌, 두 차례의 범종 타종 (새벽 예불에 포함)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9년 11월 4일, 마곡사 주지 원경 스님으로부터, 인연이 다 되었으니 나가 달라는 해고 통보를 받았으며, 퇴직금을 한푼도 못받고 부당하게 소임을 면직당했습니다. 

 

이에 진각 스님은, 2019년 12월 3일 충남지방 노동위원회에, 부당 해고 구제 신청을 하였으나, 승려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 당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20년 4월 다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 위원회도 같은 이유를 들어 재심신청을 기각하였습니다. 

 

진각 스님은, 대전지방법원에 소송을 하였으나, 1차에서 패소하고, 다시 항소하여 사건번호(2021누13146) 대전고등법원에서 2022년 7월 14일 승소하였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상고로, 2022년 11월 17일 대법원의 판결 (사건번호 2022두53686)에서 최종 승소하여, ‘승려도 노동자 지위에 있다’는 대한민국 불교사에서 처음으로 의미 있는 역사적인 판결을 받은 것 입니다.

 

참여불교재가연대 교단자정센터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그동안 승려는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부전스님들은, 주지 스님이 오늘부터 부전을 그만두라고 하면 아무런 보상도 없이 그만두어야 했다. 같은 승려인데도 주지 스님은 사업주로서 갑의 역할이고, 부전스님은 종업원으로의 역할이 오랫동안 당연시되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인은 해고되면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만, 승려는 종교인이라는 이유로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여, 주지 스님의 갑질과 억울함을 당해도, 어디에다 호소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사찰에 고용된 부전스님들은 주지 스님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종업원의 처지에 있는 신분이기에 종단이나 주지 스님의 입장과 반대되는 소신 발언을 하지 못하고,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며 살아가고 있다. 스스로를 ‘목탁 노동자’라고 부르며 생활비를 벌어 생활하는 것”이라고 설명을 이어갔다.

 

또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는 승려들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로 노동자의 위치를 확인받았다”면서 “이번 판결로 승려들이 해고될 걱정과, 소신 발언을 하면 불이익을 받을 걱정이 없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아울러 퇴직금까지 받게 되면, 노후복지도 해결 될 것이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입장에서 부전 소임을 하면서 살게 될 것이다. 이런 변화가 예상되기에, 종교인으로서 노동자의 위치를 확인받은,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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