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은 내 친구 9] 싸움과 정당방위 그리고 ‘싸움의 기술’

이서현 기자 | 기사입력 2022/11/05 [09:58]

[法은 내 친구 9] 싸움과 정당방위 그리고 ‘싸움의 기술’

이서현 기자 | 입력 : 2022/11/05 [09:58]

[기자주] <法은 내 친구>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법률을 상황을 설정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아는 만큼 도움이 되는게 법이기 때문입니다. <法은 내 친구>는 대법원 뉴스레터의 ‘생활법률’을 상황에 맞게 각색합니다. 

 

  (사진 =영화 싸움의기술)    

 

강남 한 대단지 아파트 탁구동호회 회원들은 게임이 끝나면 회식을 갖고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는 회원 두 사람이 정치적 이슈로 언쟁을 하더니 급기야 주먹을 휘두르게 되었습니다.

  

A씨와 B씨가 언쟁을 하다가 B씨가 먼저 폭행을 하자 격분하여 상호 폭행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하여 각각 3주의 진단이 나오는 상해를 입었습니다. 이 경우 B씨가 먼저 폭행을 하였으므로 그에 응수한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가 될까요?

 

대법원은 “형법 제21조는 정당방위에 관하여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法益)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그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즉,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있을 것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한 행위일 것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 세 가지 요건이 구비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계속해서 “그런데 통상 싸움의 경우 공격과 방어행위가 교차하기 때문에 어느 한 쪽만을 부당한 침해로 볼 수 없고, 상대방에 대한 공격의사가 앞서기 때문에 방위의사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보아 정당방위 내지 과잉방위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관련한 대법원 판례 또한 이 같은 취지입니다. 

 

“싸움과 같은 일련의 상호투쟁 중에 이루어진 구타행위는 서로 상대방의 폭력행위를 유발한 것이므로 정당방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대법원 1996. 9. 6. 선고 95도2945 판결)

 

“가해자의 행위가 피해자의 부당한 공격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질을 가지므로 정당방위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4. 6. 25. 선고 2003도 4934판결)

 

하지만 이 같은 판례에도 불구하고 정당방위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외관상 서로 격투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라고 할지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이러한 불법한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수단 및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상당성이 있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377 판결)

 

대법원은 “다시 말해 서로 격투를 한 당사자 중 일방의 유형력의 행사가 타방의 일방적인 불법폭행에 대하여 자신을 보호하고 이를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싸움을 함에 있어서 격투를 하는 자 중의 한 사람의 공격이 그 격투에서 당연히 예상할 수 있는 정도를 초과하여 살인의 흉기 등을 사용하여 온 경우에 이에 대한 반격을 하거나  ▲전혀 싸울 의사없이 소극적인 방어로 일관했던 경우, ▲싸움이 중지되었음에도 상대방이 다시 공격을 시작하는 경우에는 정당방위가 인정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대법원은 이같이 판례를 소개한 후 “위 사례의 경우 단순히 B씨가 먼저 폭행을 시작하였다는 것만으로 A씨의 B씨에 대한 폭행이 정당방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영화 ‘싸움의 기술’의 주인공인 싸움의 고수 오판수(백윤식 扮)는 대중목욕탕에서 조폭으로 보이는 등에 용문신을 새긴 덩치 큰 사내의 손목을 꺾어 간단히 제압합니다. 또 조폭이 죽빵을 갈기자 한 번 더 때리면 피똥싼다고 협박을 가하나 조폭이 또다시 죽빵을 때린 뒤 기세등등한 태도를 보이자, 가벼운 주먹 한 방으로 그를 넉다운시키기도 합니다. 오판수가 조폭에게 위협당하는 상황이 바로 정당방위가 성립되는 조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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