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문도 간첩단' 전원 무죄 사건...다큐멘타리 나온다

정진아 부장판사 "국가폭력에 고통 당하고 희생 당한 분들께 시민이자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

김승호 기자 | 기사입력 2022/09/19 [15:11]

'거문도 간첩단' 전원 무죄 사건...다큐멘타리 나온다

정진아 부장판사 "국가폭력에 고통 당하고 희생 당한 분들께 시민이자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

김승호 기자 | 입력 : 2022/09/19 [15:11]
'45년 만에 5명의 피고인들 무죄'가 난 거문도 간첩단 사건의 피고인 '김영희'씨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다큐멘터리가 나온다.
 
오는 9월 29일(목) 밤 10시 KBS ‘다큐인사이트’는 '거문도 간첩단 사건' 피고인이던 김영희씨 이야기를 다룬다.
 

 '거문도 간첩단' 사건의 피고인 김영희씨의 이야기를 다룬 '간첩과 섬소녀' 방영 예고

 
 
앞서 지난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정진아 부장판사(제26형사부, 배예선, 김민기)는 '거문도 간첩단’ 사건의 피고인 5명 전원 무죄를 선고하며 재판부 소회를 남겼다. 이는 사법부 역사상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주문, 피고인들은 각 무죄
 
“폭력은 그 무엇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폭력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경우는 국가폭력입니다. 이 같은 국가폭력에 대항할 수 있는 개인은 그 누구도 없습니다. 재판부는 이번 재판에서 대부분의 자료를 통해 피고인들이 국가폭력에 의해 진술이 만들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합니다. 
 
남북한 체제 경쟁하에 국가 안보·반공이란 명목으로 자행된 국가폭력에 고통당하고 희생당한 분들께 현재를 살아가는 시민이자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진심으로 사죄 말씀을 드립니다.”
 
소회를 마친 정진아 부장판사는 "이미 돌아가신 2분의 피고인과 재판에 참석한 3명의 피고인들 모두 무죄"라고 판결했다. 
 
판결이 끝나자 방청석에는 45년 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터트리는 이들이 있었다. 피고인들과 같은 국가폭력 피해자들이었다.
 
45년전 1976년 11월 25일, 피고인 김재민, 이포례, 김영희, 김웅호, 김지영 등은 '국가보안법, 반공법' 위반으로 서울형사지방법원에 공소 제가 됐다. 1977년 4월 6일, 서울형사지방법원은 제기된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이며 피고인 김재민에게 무기징역, 이포례에게 징역 7년, 김영희에게 징역 4년, 김웅호에게 징역 3년, 김지영에게 징역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에 대해 피고인들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하였으나, 1977년 7월 14일 서울고등법원은 이를 기각하였고, 피고인들의 상고 또한 1977년 10월 11일 대법원이 기각하면서 서울형사지방법원의 판결은 확정되었다. 1977년은 거문도에 평화롭게 지내던 한 가족의 삶이 국가에 의해 파괴되어 버린 해가 되어 버렸다.
 
이번 재심은 40여 년을 가슴에 묻고 지내던 유가족들이 지난 2020년 3월 30일 재심을 청구하면서 시작되었다. 비록 아버지 김재민과 어머니 이포례는 고인이 되었지만, 유가족들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용기를 내었다.
 
이 재심 청구에 대해 사법부는 2021년 9월 8일, 당시 “재심대상사건의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들은 피고인들을 피의자동행이라는 명목으로 강제로 연행하여 구속영장 발부 없이 구금하다가 내무부 치안본부로 인계하였고, 치안본부는 구금일로부터 24일 또는 28일 후에야 비로소 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하였다”는 점을 지적하며, “이와 같은 수사기관의 인신구속은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긴급구속의 절차를 밟지 않고 피고인들을 불법으로 구금한 것”으로 판단하며 재심 개시가 결정되었다.
 
지난 9월 1일, 무죄 선고를 받기까지 총 8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이 있었으며, 총 3차례의 공판이 진행됐다. 
 

  사건일지  인권의학연구소 ㆍ김근태기념치유센터 제공

 
위의 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단순히 45년이라는 세월보다도 이 재심 개시 이후 실제 재심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감내해야 하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6월 13일 이후의 공판을 모두 참석한 인권의학연구소는 재판 과정에서 검찰 측이 피고인을 향해 보인 비인권적이고 무자비한 태도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을 담당했던 박순애 담당 검사는 지난 8월 8일의 재판에서 당시 수사기관의 불법구금과 고문으로 작성된 진술서를 다시 들먹이며 1시간을 넘게 피고인을 몰아붙였다.
 
특히, 과거 진술조서에 피고인의 이름이 나오는 부분을 모두 발췌해 피고인 앞에서 읽으며 마치 당시 날조된 진술서를 가지고 피고인에게 2차 피해를 가했다. 이번 재판이 재심 재판이며, 9월 8일 재판부가 재심 개시를 하며 당시 “수사기관의 인신구속은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긴급구속의 절차를 밟지 않고 피고인들을 불법으로 구금한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음에도 당시 불법으로 구금된 상태에서 작성된 진술서를 가지고 피고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재차 만들었다.
 
또한, 판사는 이날(8월 8일) 재판을 마칠 예정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며 검찰에게 구형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순애 검사는 오히려 추가 증거를 제출하면서 재판을 지연시키려고 하였으며, 구형은 추후에 서면으로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 또한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다.
 
45년을 억울하게 지내야 했던 피고인과 2021년 9월 8일 재판부가 이 사건을 왜 재심 개시하게 되었는지를 고려한다면 이 같은 검찰의 행태는 피고인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폭력적 법률행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날 검찰은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해 기일변경도 요청하였다. 이에 재판부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분명히 하였다.
 
 
법률닷컴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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