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향 '17차공판' 신경과 전문의 “길원옥 할머니, 인지능력 대단”

7년 함께한 간병인도 “건강하신 분” 증언

김아름내 은태라 기자 | 기사입력 2022/09/03 [11:06]

윤미향 '17차공판' 신경과 전문의 “길원옥 할머니, 인지능력 대단”

7년 함께한 간병인도 “건강하신 분” 증언

김아름내 은태라 기자 | 입력 : 2022/09/03 [11:06]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중증치매환자로 인지 및 의사결정 능력이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신경과 전문의는 정상생활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길원옥 할머니의 계산능력, 사회성에 문제가 없으며, 오히려 창작과 인지능력은 대단하다고 밝혔다.
 

 2일 윤미향 의원이 17차 공판 1부를 마치고 복도에 나와서 재판 참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은태라 기자)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 11부(부장판사 문병찬)는 2일 윤미향 국회의원 등의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련 17차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신경과 전문의가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앞서 검찰 측 전문의의 의견과 배치되는 증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신경과 전문의, “길원옥 할머니가 레비소체 치매라도 정상활동 가능하다”
 
1998년 이후 신경과를 전담하고 있는 A 전문의는 1주일에 200~250명의 치매 환자를 만나고 있는 치매 전문의사로 길원옥 할머니의 건강상태에 대한 의견에 무게가 실렸다.
 
A 씨는 우선 길 할머니가 레비소체 치매라는 주치의의 진단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에 따르면, 길 할머니가 파킨슨병 진단을 받은 뒤, 레비소체 치매 여부를 진단받기 위해서는 1년의 경과를 지켜봐야 했지만, 주치의는 그런 과정이 없던 것. 또한, 레비소체 치매 환자는 ‘오각형겹쳐그리기’를 수행할 수 없는데, 이날 제출된 증거에서 길원옥 할머니는 오각형겹쳐그리기를 완벽하게 수행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각형겹쳐그리기’는) 시공간 능력을 알 수 있는 척도이다. 치매 환자들이 시각적 자극에 대해서 인식을 잘 못 한다. 그런데 길원옥 할머니는 그걸 정확하게 했다. 끝까지 했다”며 “보통 치매 초기에서는 저 능력부터 망가진다. 레비소체 치매에서도 저걸 못하는 것으로 논문에 중요하게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주치의가 임상적으로 길원옥 할머니를 진료했기 때문에 레비소체 치매라는 진단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레비소체 치매 상태라도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레비소체 치매 상태에서 인지기복이 있어 조금 좋아 보일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는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조리 있게 말하다가도 확 나빠지는 것이 레비소체 치매이다. 정상은 지극히 정상이다. 저도 그런 환자를 봤다”며 “약을 쓰면 레비소체 치매는 정상처럼 지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경우에도 자살하기 전까지 정상적으로 영화를 찍고 성우 녹음도 했었는데, 사후 부검 결과 레비소체 치매였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검찰 측 전문의가 혈관성 치매라고 내린 의견에 대해서는 “절대 아니다. 혈관성은 운동기능과 연관된다. 대표적인 것이 뇌경색이 여러 번 와서 회로 연결이 안 돼서 생기는 것이다. 아니면 기억력과 판단력을 담당하는 해마 등에 정통으로 치매가 오면 치매가 된다. 하지만 둘 다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에는 길원옥 할머니가 지은 자작시와 직접 만든 압화 작품 등이 증거로 제출됐다. 이를 본 A 씨는 “창작이 쉽지도 않은데, 감정도 들어가고 생각도 조리 있게 말씀하신 것 같다. 상당한 능력이 있던 것으로 생각된다”며 “중증은 대화가 안 돼서 당연히 글쓰기가 안된다”며 길 할머니의 인지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길 할머니의 노래 영상을 본 뒤에는 “노래를 외우고 부르고 하는 건 여러 가지 고차원적인 기능”이라며 “음정에 맞춰서 따라 하고 가사를 생각하고 엄청나게 노래하는 면에서 기능이 좋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검찰은 길 할머니가 치매 상태에서 유언장을 작성한 행위가 준사기 혐의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A 씨는 치매 환자도 유언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준용하고 있는 영국 알츠하이머 소사이어티는 ▲유언장의 작성 의미 및 유언의 효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을 것, ▲향후 채권 또는 채무를 가지는 것을 포함하여, 본인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자산이 변동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본인의 유언장에 누구를 지명하고 싶은지, 그리고 왜 본인이 지명된 사람에게 상속하거나 상속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등을 이해할 경우 치매 환자의 유언능력을 인정하고 있다.
 
이에 비춰, 길원옥 할머니는 계산능력을 지니고 있어 돈에 대해서도 계산을 잘할 수 있고 판단력과 문제해결능력, 사회활동 능력을 지니고 있으므로 유언능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간병인, “길원옥 할머니 건강한 편이었다”
 
이날 공판에는 2013년부터 2020년 초까지 정의연이 운영하는 쉼터 ‘평화의 우리집’에서 간병인으로 일한 B 씨도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길원옥 할머니가 스스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 건강했다면서 검찰의 치매 주장을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반박했다.
 
B 씨는 “할머니는 건강한 편이었다”며 “치매였던 친정어머니를 10개월 동안 돌봤는데, 어머니와 비교해서 길 할머니의 치매는 10점 만점에 1점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실수한 적은 있지만, 화장실을 99% 혼자서 했다. 혼자서 처리하셨”으며 “할머니가 씻을 때 저희가 샴푸를 드리면 혼자서 하셨고 샤워기 드리면 혼자서 다 하셨다. 갑자기 혼자서 씻으셨던 적이 한두 번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아들 생일이라고 말씀하셨고 우리 며느리 생일이 언제다 말해서 대단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환청, 환시 이상행동 거의 없었다”, “2018년까지 인슐린 주사를 직접 배에 놓으셨다”는 등 길원옥 할머니가 정상생활을 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재판정에서는 길원옥 할머니 가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B씨는 “(할머니는) 아들 집에 안 가고 싶다. 손주 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들 내외분도 할머니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다. 돈 달라고 할 때만 관심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2018년도인가 명절에 손자가 빈손으로 왔더라. 할머니한테 세배하니까 며느리가 전화가 와서 세뱃돈 주라고 하더라, 어떻게 손자가 돼서 할머니에게 빈손으로 와서 세뱃돈을 받고 나이가 서른이 넘었는데..”라며 혀를 찼다.
 
오는 18차 공판은 9월 23일에 열린다.
 
 
법률닷컴 김아름내ㆍ은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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