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典疏通]관포지교(管鮑之交)의 유래

이정랑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20/08/05 [09:22]

[다시 읽고 새로 쓰는 古典疏通]관포지교(管鮑之交)의 유래

이정랑 칼럼니스트 | 입력 : 2020/08/05 [09:22]

자신보다 더 재능 있는 이를 추천하고 벼슬을 양보한 포숙아의 이야기는 역사의 미담으로 전해진다.

 

능력에 따라 인물을 등용하는 것은 역대로 중국 통치자들이 표방한 인재 활용의 기준이었다. 하지만 진정으로 이 기준을 실천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오히려 정실에 따라 인물을 등용하는 것이 더 보편적이고 오랜 현상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많은, 왕조들이 순식간에 지고 마는 우담화(優曇花)처럼 그렇게 단명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이는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친척을 편애하고 아첨꾼을 총애하는 것은 보편적인 인간성 가운데 하나이다. 게다가 황제의 권력이 전혀 제한을 받지 않던 시대에 정실에 따라 인물을 등용하는 것은 필연적인 현상이었다.

 

하지만 능력에 따라 인물을 등용한다는 사상은 중국 역사에서 줄곧 명맥을 유지해왔다. 이 사상은 훌륭한 정치 이상이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정치적 실천 속에서도 많이 나타났다.

 

대담하게도 관중을 기용한 제나라 환공은 확실히 보통 사람을 뛰어넘는 배짱의 소유자였다. 관중은 제나라가 춘추오패의 첫 패자가 되는 데 큰 공을 세웠을 뿐 아니라, 당시 각국의 경제와 문화 발전에 지대한 도움을 주었다. 심지어 공자도 다음과 같이 그를 높이 평가했다.

 

“관중이 없었다면 아마 우리는 아직도 산발을, 하고 천을 두른 채 야만적인 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관중은 어렸을 때부터 집안이 가난하여 늘 밖에 나가 장사를 했다. 그에게는 잘 알아주는 포숙아(鮑叔牙)라는 친구가 있었다. 포숙아도 매우 재능 있는 인물이었지만, 관중에게 감복한 그는 항상 장사를 끝내고 나눈 이익은 관중의 것이 더 많았다. 포숙아의 부하들이 이를 못 마땅해하며 관중이 너무 재물을 탐한다고 투덜댔다. 그럴 때마다 포숙아는 극구 관중을 편들었다.

 

“자네들이 뭘 아는가, 관중은 재물을 탐할 사람이 아니네. 단지 집안이 너무 어렵고 노모를 모셔야 하니까 조금 더 가졌을 뿐이라네. 그는 절대로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세.”

 

또 한 번은 관중이 누군가와 싸운 적이 있는데, 그는 뒤로 물러나 움추린 채 덤벼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그가 생쥐처럼 배짱이 없다는 등 목숨에 집착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등 비웃어댔다. 하지만 포숙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관중의 집에는 노모가 계시고 잔병치레를 하는 데다 돌봐드릴 사람도 없네. 관중이 어디 죽음을 두려워할 사람인가. 그저 자기가 죽으면 노모를 모실 사람이 없게 될까 두려워하는 것일세.”

 

포숙아가 너무나 자신을 잘 이해해주는 까닭에 관중도 감격하며 말했다.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이고 나를 알아준 사람은 포숙아이다.”

 

그런데 관중이 제나라의 상국이 된 데에는 범상치 않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원래 포숙아와 관중은 좋은 친구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높이 평가했다. 나중에 두 사람은 각기 제나라 양공의 아들들인 소백(小白)과 규(糾)를 보좌했다. 양공이 죽은 뒤 이 두 형제는 왕위를 놓고 쟁탈전을 벌였다.

 

어느 날 관중이 소백을 향해 몰래 화살을 쏘았는데 소백은 운 좋게도 화살이 허리띠에 맞아 목숨을 건졌다. 마침내 소백이 환공으로 즉위하자 포숙아는 인재를 얻기 위해 노나라를 칠 것을 건의했다. 노나라로 도망친 관중을 찾으려는 계획이었다. 나중에 환공은 자신의 즉위에 큰 공을 세운 포숙아를 상국으로 삼으려 했다. 포숙아는 이를 거절하며 진심으로 말했다.

 

“저는 다섯 가지 점에서 관중보다 못합니다. 첫째, 백성을 온화하고 관대하게 대하며 그들을 위해 생각하는 점에서 관중보다 못합니다. 둘째, 나라를 잘 다스리고 군왕의 손으로 대권을 통일시키게 하는 데 있어 관중보다 못합니다. 셋째, 신의를 중시하여 백성의 진심 어린 존경을 받는 점에서, 넷째, 예의제도를 정해 천하 백성이 다 본받아 따르게 하는 점에서 관중보다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친히 전쟁에 나가 진군을 독려하고 병사들의 용기를 북돋는 점에, 있어서도 그보다 못합니다. 제가 관중에 비해 이토록 모자라는데 왜 저를 상국에 앉히려 하십니까? 만약 주군께서 패업을 이루려 하신다면 관중을 중용하셔야만 합니다.”

 

환공은 포숙아의 말을 믿고 결국 과거의 원한을 뒤로하고 관중을 중용했다. 그리하여 환공은 제후들을 규합하여 천하를 바로잡아 춘추시대 오패의 으뜸이 되었다. 자신보다 더 재능 있는 이를 추천하고 벼슬을 양보한 포숙아의 이야기는 그래서 역사의 미담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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