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학교 여학생을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소년범들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비록 어린 소년이라 할지라도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피해자의 고통을 외면한 가해자들의 행태를 강하게 질타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박운삼)는 지난 24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소년범 5명에 대한 항소심에서 주범인 A군에게 징역 장기 5년·단기 4년, B군에게 징역 장기 3년·단기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앞서 1심은 A군에게 징역 장기 4년·단기 3년, B군에게 징역 장기 2년·단기 1년 6개월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형량을 높였다. 나머지 소년범 3명에 대해서는 원심이 유지됐으며, 함께 기소됐던 또 다른 소년범 1명은 항소하지 않아 1심 판결이 확정됐다.
A군 등은 같은 학교 여학생을 여러 차례 성폭행하고 성 착취물을 촬영하거나 제작·소지·유포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항소심에서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피해자와 지인의 통화 내용, 문자메시지, 녹취록, 사건 당시 녹음파일, 피해자 진술 등을 종합한 결과 유죄를 인정하는 데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이 법정에 이르기까지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고 있다"며 피고인들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건 이후 전학을 갔지만 소문이 퍼져 결국 자퇴했고, 현재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정상적인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언급하며 피고인들을 강하게 꾸짖었다.
박운삼 재판장은 "피고인들은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고통을 안겼으며, 비록 소년이라 하더라도 그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최근 화제가 된 드라마 '참교육'을 언급하며 학교폭력 대응 방식에 대해서도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박 재판장은 "피해자가 잘못한 것이 없고 학교폭력을 당했다면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가 전학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왜 피해자가 가해자들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 했는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원이 선고한 형을 모두 마친 뒤에도 가해자들은 피해자보다 사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말하며 피해자의 현실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소년이라는 점이 형량을 크게 높이는 데 법적 한계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박 재판장은 "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형을 높였지만 소년이라는 점 때문에 형량을 획기적으로 올리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중대한 성범죄의 책임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한편, 학교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한 판결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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