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찰관 600여 명이 “휴게시간에도 사실상 출동 대기 상태로 근무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초과근무수당 지급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다만 원고 측이 즉각 항소하면서 경찰 현장의 휴게시간 실태와 대기근무 인정 범위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2심으로 이어지게 됐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진현섭)는 지난 14일 전·현직 경찰관 606명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근무수당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원고들은 경찰서·지구대·파출소·경찰특공대·해안경비대 등에서 근무하며 지난 2022년부터 2024년 7월까지 휴게시간 또는 휴일로 지정된 시간에도 언제든 출동할 수 있도록 사실상 대기근무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미지급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지난 2024년 8월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원고 측은 파출소와 지구대의 경우 2인 1조 순찰 체계 특성상 휴게 인원도 실제로는 현장을 이탈하기 어려웠고, 경찰특공대와 해안경비대 역시 24시간 상시 출동 태세를 유지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단순 실제 출동 시간뿐 아니라 대기 자체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휴게시간 중 실제 출동한 경우에는 사후 초과근무 결재 절차를 거쳐 이미 수당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며 “식사·수면시간 등 당연히 공제돼야 할 부분까지 모두 근무시간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기시간이라 하더라도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 있었다면 근무시간으로 볼 수 있지만, 원고들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휴게시간 중 실질적 휴식을 방해할 정도의 상급자 지휘·감독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은 경찰 인력 부족 문제와 관련한 주장에 대해서도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조직과 근무형태 등에 관한 일반적 사정에 불과하다”며 “소속 관서별 구체적 업무 방식이나 상급자의 간섭 여부 등을 확인할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훈령과 지침을 통해 원칙적으로 상급자의 간섭 없는 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있으며, 예외적으로 휴게 보장이 어려운 경우에는 별도 대기근무로 지정해 근무시간에 포함하도록 운영해 왔다고 판단했다.
원고 측은 판결에 불복해 지난 18일 항소장을 제출했다. 소송을 이끈 음영배 경찰 시간외수당 소송위원회 위원장은 “항소심에서는 총기 입출고 기록 등 보다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해 실제 대기근무 실태를 입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경찰·소방 등 상시 비상대응 조직의 휴게시간을 어디까지 실질적 근무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을 둘러싼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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