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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간 헌신적으로 돌봤지만' 장애 딸 살해한 아버지 실형..法 "'돌봄 살인' 공동체도 책임"

이재상 기자 | 기사입력 2026/03/20 [11:32]

'34년간 헌신적으로 돌봤지만' 장애 딸 살해한 아버지 실형..法 "'돌봄 살인' 공동체도 책임"

이재상 기자 | 입력 : 2026/03/20 [11:32]

장애 자녀를 돌보다 지쳐 살해하는 이른바 돌봄 살인의 비극이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34년간 장애 딸을 돌보다 살해한 70대 아버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 대구지방법원 대구지법     ©추광규 기자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구지법 형사12부는 최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A 씨는 지난해 1023일 대구 북구 전처 주거지에서 뇌병변과 지적장애를 앓던 40대 딸 B 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전처인 C 씨와 함께 중증장애인인 딸 B 씨를 34년간 헌신적으로 돌봐오다 극한의 부담에 내몰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A 씨는 전처인 C 씨와 함께 중증장애인인 딸 B 씨를 34년간 헌신적으로 돌봐오다 최근 시력이 급격히 악화돼 사실상 실명 상태가 되자 더 이상 딸 B 씨를 돌보기 어렵다는 생각에 B 씨를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당시 A 씨는 딸 B 씨가 큰 소리를 지르자 조용히 해라. 아버지도 괴롭다. 엄마도 힘드니 제발 조용히 좀 해라라고 말하며 달래다 우발적으로 B 씨의 입과 코를 막고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후 A 씨는 죄책감에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재판부는 살인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34년간 피해자를 간호한 점 범행 후 자책감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느끼는 점 우발적 범행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 모친인 C 씨가 처벌을 불원하는 점 등을 양형의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번 판결은 또 한 번 돌봄이라는 이름의 고립과 피로가 낳은 비극을 드러냈다. 해당 사건은 장애인 자녀에 대한 돌봄 살인의 전형적 사례로 평가되며 이런 비슷한 비극이 최근 20여 년간 매년 평균 3건 정도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된 법원의 처분 경향은 일관된다. 장기간 헌신적 돌봄, 경제적 정신적 피로, 범행 후 반성, 유족의 처벌 불원 의사 등이 강력한 감경 요인으로 작용해 실형이라도 징역 3~5년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 예로 지난 2020년 울산지법은 발달장애 아동을 약물로 살해한 어머니에게 징역 4년을 20207세 장애아들 살해 사건에서는 징역 42024년 다운증후군 의심 영아 살해 부모에게 각각 징역 5,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양육 부담과 두려움등을 양형에 반영하는 등 부모의 사정을 헤아리는 선처를 베풀면서 공동체도 책임이 있다고 본질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장애아동 피살률은 전체 아동의 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기준 0~9세 장애아동의 타살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6.1명으로 비장애 아동 (0.8)의 약 6배다.

 

특히 부모 홀로 양육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이 이런 요인들이 범행 동기로 작용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도 발달장애인 주돌봄자 중 부모 비율이 78.6%에 이르고, 보호자의 35%가 우울증불안으로 약물을 복용하며 극단적 선택을 고민하는 실정이다.

 

발달재활서비스는 만 18세까지만 제공되고, 성인 장애인에 대한 거점병원조차 이번 사건이 발생한 대구에 없다는 현실이 장애 자녀의 양육을 사실상 홀로 담당하고 있는 부모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범행 자체는 용납될 수 없다면서도 사회적 책임과 국가적 개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한진 대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발달장애인 지우너책은 예산 부족과 사각지대로 연결이 끊겨 있다지역사회가 돌봄 부담을 분담하고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대표 역시 국가의 조기 개입과 쉼터일시 보호 서비스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법률닷컴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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