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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신안군 해상에서 발생한 ‘제주도발 여객선 무인도 좌초 사건’ 관련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광주지법 목포지원(재판장 최형준 부장)은 지난 18일 업무상중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씨월드고속훼리 퀸제누비아2호 선장 A씨(65)와 일등항해사 B씨(39), 조타수 C씨(39·외국인)에게 각각 징역 2년6개월·금고 2년6개월·금고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3년·2년을 선고했다.
여객선 씨월드고속훼리 퀸제누비아2호는 지난해 11월19일 제주에서 전남 목포로 향하던 중 선장 등 선박 관계자들의 주의 의무 소홀로 전남 신안군 죽도(무인도)에 충돌해 좌초됐다. 해당 사고로, 승객·승무원 267명 중 47명이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재판부는 ▲선장은 좁은 수로 통과 시 직접 지휘해야 할 의무를 저버린 채 선장실에 머물었던 점 ▲항해사는 휴대전화 사용으로 전방 주시 의무를 소홀히 한 점 등을 강하게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들의 반성 ▲사고 직후 승객 퇴선 유도로 추가 피해를 막은 점 ▲사망자가 없고 부상자도 부상이 경미했던 점 등은 양형의 결정적 요소로 참작해 집행유예로 선처했다.
이 판결은 형법 제268조(업무상중과실치상)의 전형적인 적용 사례다. 법정형은 5년 이하 금고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지만, 대법원 양형기준(과실치사상 범죄군 제2유형)에서 기본 영역은 4개월~10개월, 가중 영역은 8개월~2년으로 제시된다.
이번 사건은 다수 피해자(47명)와 선박 운항이라는 고위험 업무 특성 때문에 가중됐으나, ‘진지한 반성’과 ‘피해 확대 방지 노력’이라는 강력한 감경 요인으로 집행유예가 나왔다.
해상 사고에서 법원의 판결 경향은 명확히 드러난다. 사망자가 발생하면 실형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경미한 부상으로 그치면 집행유예가 일반적이다.
최근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해 낚싯배 좌초 사고에서 선장이 구조 요청을 지연해 승선원 3명이 사망한 사건에 대해 광주지법은 “골든타임 포기”라는 중대한 과실과 인명 피해 규모를 지적하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했다.
반대로 이번 퀸제누비아2호 사건 같이 사망 없이 부상만 발생한 여객선·화물선 좌초·충돌 사건에서는 집행유예가 잇따른다. 특히 사고 당시 즉시 퇴선 지시, 구조 활동 등 적극적 대처와 협조가 확인되는 경우 양형에서 크게 유리하게 평가된다.
대법원 과거 판례(1973도2037 등)에서도 “선장은 항구 출입, 좁은 수로, 위험 수역에서 갑판상 직접 지휘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명시하며, 이를 위반하면 과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해양수산부와 해경의 안전 관리 감독이 강화됐지만, 형사 판결에서는 여전히 ‘결과(사망·중상)’보다 ‘행위 후 대응’을 중시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과실치사상 범죄 양형기준’(2021년 개정 적용)에서도 감경 요소로 “피해자 과실 기여”, “경미한 상해”, “처벌불원·반성”, “사고 후 구호조치”를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처럼 승객 267명을 태운 여객선에서 47명 경상으로 끝난 경우, “추가 피해 방지 노력”이 가중 요소(다수 피해자·중과실)를 상쇄하기 충분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다만 이번 사건에서 형사처벌은 집행유예로 마무리됐지만, 피해자들의 민사 손해배상 청구는 별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와 선원법·해운법상 사용자 책임을 근거로 선사(씨월드고속훼리)와 선장·항해사에게 위자료·치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 판례상 해상 사고에서 회사의 선박 검사 미이행(기사에서 지적된 KR검사 미완료 상태 운항)도 공동 불법행위 책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법률 전문가들은 “세월호 이후 해상 운항 종사자에 대한 안전 의무가 사회적으로 엄격해졌지만, 형사법원은 여전히 ‘인명 피해 규모’와 ‘사후 대응’을 양형의 핵심으로 본다”고 평가한다.
이번 판결은 “주의 의무 위반은 엄중히 꾸짖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즉각적 조치는 너그럽게 본다”는 해상 과실 사건의 전형적인 법원 기조를 다시 확인한 사례다.
법률닷컴 이재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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