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단을 깨고,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판결했다. 8년 가까이 이어진 사법리스크가 사실상 중대 고비를 넘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월 29일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 사건에서, 원심이 유죄로 판단한 업무방해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벌금형 유죄가 확정됐다.
이번 판결로 함 회장은 당장 회장직 유지에 걸림돌이 될 수 있었던 ‘임원 결격’ 리스크에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야 임원 자격이 상실되는데,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은 벌금형에 그쳐 회장직 유지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앞서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재임 시절인 2015~2016년 신입 공채 과정에서 외부 추천 지원자를 “잘 봐 달라”는 취지로 인사부에 전달해 채용 업무를 방해하고, 남녀 채용 비율을 4대 1로 사전에 정해 차별 채용을 지시한 혐의로 2018년 기소됐다. 1심은 증거 부족을 이유로 전부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300만 원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에 대해 “피고인이 공모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인사부 채용 담당자들의 일관된 증언을 배척할 만큼 우월한 간접증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업무방해 혐의 부분은 다시 판단하도록 했다.
하나금융 측은 판결 직후 “공명정대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금융소외계층을 세심히 살피고, 국가 미래 성장과 민생 안정을 위한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와 금융권에서는 이번 대법원 판단으로 ‘최악의 시나리오’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기환송심 결과에 따라 최종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당장 경영 공백이나 비상 승계 논의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은 2028년 3월까지 예정된 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법 리스크 완화와 별개로, 채용·인사 절차의 투명성 강화와 내부통제 고도화 등 지배구조 개선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송심 진행 과정에서 하나금융이 어떤 제도 개선 신호를 내놓을지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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